(전시란 무엇인가?)를 위한 무대

고동연 (미술사가)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는 영역의 문제이다. 왜냐면 현대미술은 공공의 장소에 도덕적이고 심지어 법적으로 허용되기 힘들수도 있는 개인적인 상상력과 예술적 자유의 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일들로 진행되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시 기획자는 적어도 그 기간과 장소에서만큼은 예술가의 상상력이 공공의 장소에서 허용되고 소통될 수 있도록 각종 기재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여왔다. (물론 이러한 상상력이 침투할 수 있는 시공간의 한계를 확장하려는 노력도 성공의 여부를 떠나 병행되어져 왔다.) 이번 인미공의 신진 기획자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던 기획자들도 전시 공간과 사무실의 영역을 뒤엎는다는 발상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전시 기획자가 던지고 있는 약간은 진부하게 들리는 질문들 (인미공은 전시를 위한 공간일까? 일은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가? 전시는 전시장에서 하는가?)은 일과 전시, 일과 문화라는 이분법으로부터 출발해서 그것의 영역 허물기에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여기서 더 고민해야할 부분은 ‘영역 허물기’ 그 자체가 아니라 과연 이러한 시도들이 얼마나 우리에게 절실하고, 영역 허물기를 통하여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영역 허물기의 측면에서 전시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기획자가 상당히 세심하게 노력한 흔적들을 엿볼수 있다. 일과 예술, 공간적으로는 인미공 사무실이 있는 3층과 전시장으로 사용되어온 지하, 1층과 2층의 영역을 허물기 위하여 기획자는 예술가들과 함께 인미공 3층의 집기를 쌓아서 만든 지하 1층 이완의 설치작업, 무대라는 제목에 합당해 보이는 2층의 강민숙의 사무실-설치작업들을 선보였다. 대신 사무실이었던 3층 한 구석에는 작가 유화수의 감독 하에 전문 목공인에 의하여 제작, 설치된 작은 무대와 작가의 행위예술이 선보이게 된다. 마지막으로 1층 전시장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맞닥뜨리게 되는 말끔한 3층 사무실의 책상은 전시공간-사무실의 랑데부를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아울러 1층의 한켠에는 예술가들이 인미공 3층의 집기들을 정리하고 다른 층으로 옮기는 과정들이 기록된 영상들이 비춰진다.
 
특히 영상에서 들리는 소리들, 즉 두드리고 옮기고 부시고, 대화를 나누는 소리들은 결과로서의 작품의 설치, 혹은 여기서는 이중적으로 (전시)를 위한 무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다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인미공의 구조를 이용하기는 하였지만 추상적인 영역들 간의 혼돈이라는 것이 쉽게 관객들에게 전달되기 힘든 상황에서 영상물은 무엇보다도 작가나 기획자의 설치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아낸다. 게다가 무엇인가 분주하고 시끄러우며 함께 움직이는 작가와 기획자의 모습은 분명히 개방적이고 공동체적이며 민주적으로 보인다. 보는 관객들도 영역 허물기의 과정이 피상적인 개념상의 미술이론적 문제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이동을 통하여 구현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덩달아 관객들도 신이 나게 된다. 사무실이라는 딱딱한 공간을 간접적이지만 집기들을 해체하듯이 사무실이 의미하는 억압적인 인상과 ‘힘’(실은 이 전시에서 좀 불명확하게 상정되고 있기는 하지만)을 해체할 수 있다는 간접체험의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해방감을 경험하게 되면 될수록 과연 이러한 해방감이 얼마나 우리에게 절실하며 만약 실제적인 해방이 이루어진다면 무엇을 위하여 왜 해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물론 특정한 합목적성이나 사회적 의무감을 배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해방감의 필요조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입장의 차이를 전제로 한다. 일과 문화, 사무실과 전시공간의 이분법을 허문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 둘 중 하나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사무실과 전시공간이 공존할 수 있는가? 과연 공존해야한다면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공존해야 하며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은 무엇인가? 과연 일이 예술의 영역으로, 그리고 예술이 일의 영역으로 서로 침투하게 되면 어떠한 일이 일어나게 되는가? 예술이 기존의 일이 상징하는 영역을 전복할 수 있는가? 과연 예술은 어떠한 방식과 형태로 일의 영역을 침투해야 하는가? 물론 전시를 통하여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제목에서라도 좀 더 깊은 고민이 반영되었더라면, 그리고 앞으로의 전시 기획을 통하여 공공과 일상의 영역에 침투하게 되는 전시의 사회적인 역할과 저항적인 의미에 대하여 좀 더 체계적으로 고민해 보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신진 기획자들의 신선하고 근본적인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함께 기대해 본다. 전시란 무엇인가?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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