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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 세대(三抛世代)중의 삼포 세대?; 하이트컬렉션 신진작가전
The Sampo Generation of All: Hite Collection of Young Artists

* Sampo Generation: "Three giving-up generation" is a neologism in South Korea referring to a generation that gives up courtship, marriage, and having kids. 

고동연 (미술사)

 

영문학자 시엔느 느가이(Sienne Ngai)는 현대 문학과 다른 예술분야에서 관객들이 하찮고 작은 것들에 관심을 지니는 계기를 이론화하여 왔다. 느가이에 따르면 귀엽고 수동적이며 하찮은 것들은 일차적으로는 동정심을 유발하지만 동시에 극도의 쓸모없음을 마주치게 될 때 관객들은 보다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다. 즉 수동적이고 단순하며 귀여운 것들이 반대로 비평적, 저항적, 공격적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린 신진작가전, <미래가 끝났을 때>는 삼포세대에 속하는 젊은 작가들의 자기풍자와 자기 연민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느가이가 주장하는 수동적이고 일상적이며 하찮은 것들이 현대미술에서 보여주는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시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기성 작가들이자 선생님들이 직접 젊은 작가들을 뽑고 추천해서 전시를 꾸린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아카데미 전시회를 연상시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성세대의 사회적 관심사나 미술계의 상황과 대비되는 젊은 세대의 고민이 더욱 부각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작업들이 흔히 말하는 88만원 세대, 삼포 세대라고 불리는 고도의 산업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약자로서의 젊은이들의 상황을 주제로 하고 있다. 강정석의 <야간행>에서 작가는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로 친구들과의 추억여행을 다룬다. 얼핏 로맨틱하게 들리지만 그들이 언급하는 학업, 아르바이트, 군대, 연애의 경험 중에서 딱히 성공적인 것은 없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몸에 달린 카메라가 어둠속의 눈길을 매우 산만하게 편파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이 헤쳐 나가는 인생의 길 또한 예측불허하다. 아울러 얼마전 편의점에 취직한 작가의 친구를 모델로 한 작업에서 친구의 얼굴이 변하는 모습이 타자의 시선과 사회의 규율을 내재화하는 과정에 해당한다는 가설은 웃프기 그지없다. 코믹하기도 하지만 친구의 보수화 과정을 물리적으로 재현함으로써 무엇인가 저항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궁극적으로 부질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 중략 (Excerpt) 
 
『월간미술』, 2014년 3월​

Dong-Yeon Koh, "The Sampo Generation of All: Hite Collection of Young Artists," Monthly Art (Seoul), March 2014.2014.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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