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기금의 과제: 예술인 복지와 예술 진흥사업 사이에서
The Task of Security Funds for Artists: 
Artist's Well-Beings vs. Arts Improvement Projects 

고동연(미술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예술인 복지 문제
2012년 11월에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된 이래로 대중매체로부터 각종 소셜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예술인들의 경제적인 상태와 창작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또한 작년 11월 27일에는 서울시민청에서 “노동하는 예술가, 예술 환경의 조건”이라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고, 이에 앞서 광주비엔날레의 부분으로 열린 심포지엄과 연계하여 리슨투더시티의 “자립의 기예”가 열렸다. 이들 심포지엄에는 영국 작가공동체 a-n의 대표인 수잔 존스(Susan Jones)와 캐나다의  작가공동체 대표 그랜트 맥코넬(Grant McConnell)이 각각 참여하였다. 이와 같이 기존의 예술인을 위한 복지규정들을 변화시키거나 작가비 자체의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예술인들의 경제적인 상태에 주목하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012년부터 영국을 강타하였고 잡지「가디언(Guardian)」에도 보도되었던 “예술가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라(Paying for Artists)” 운동은 영국의 작가공동체 a-n가 전문 연구자인 경제학자와 의기투합하여 진행한 연구와 그 결과를 법규로 관철시키는 데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고, 미국(Wage), 영국(a-n), 호주(NAVA), 캐나다(CARFAC), 유럽(유럽연합 문화연구)의 주요 작가공동체 사이트들에는 각국의 복지제도와 작가비 산정 링크들이 올라와 있다.

최근 청년실업문제나 대학의 등록금 문제들이 함께 부각되면서 예술인 복지과 연관된 운동은 다양한 형태의 대안적인 국제 네트워크나 저항운동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공동체인 ‘급료(Wage)’의 주요 멤버들은 2011년 뉴욕에서 일어난 점거(occupy) 운동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영국에서 예술가들의 자립과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은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 총리가 발표한 복지정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각종 혜택을 줄이는 변화된 복지정책은 a-n에서 강조한 등급화 된 작가비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1) 유럽과 같이 오랜 복지정책의 역사를 갖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복지정책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으며 기존의 실업수당을 작가들에게 지급하던 국가들에서도 점차로 작가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마련하고 창작환경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13년 7월 처음으로 디딤돌 프로그램을 공표한 후에 한국 예술인복지재단이 2014년에 발표한 “예술인 교육 지원 바우처” 사업이나 작가비를 위한 “표준계약서” 사업, “예술기반 경력 개발을 도와주는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 소규모 예술인 공동체를 지원해주는 ”예술인 학습공동체 지원 사업“ 등과 같이 작가를 교육시키거나 작가들이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해주는 사업들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예술인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이제 햇수로 3년 차에 들어가는 한국 예술인복지재단이 고민해야 하는 부분은 과연 누구를 어떻게 후원할 것인가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재단은 복지가 보편적인 작가들에 대한 복지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선택적인 복지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택적인 복지라면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2014년에 예산이 30퍼센트 증가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한정된 기금으로 작가들의 다양한 필요들을 조율해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한 일례로 2013년 ‘창작디딤돌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던 예술인 창작 지원은 2014년에 긴급복지 프로그램으로 대치되었다. 애초에 노동법에 의거해서 실업수당을 지불하듯이 일정 기간 동안 월급을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던 창작 지원금은 2014년부터는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를 유지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삼게 되었고 아예 더 절실한 이들을 위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예술가를 위한 복지이어야 하는가? 보편적인, 혹은 선택적인 복지인가? 만약 선택적인 복지라면 과연 예술인의 경제적인 지위와 예술가로서의 창작환경, 그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하는가? 물론 궁극적으로는 서로 반대되는 입장들을 함께 끌어안고 가야하겠지만 보다 창의적인 해결방법을 위해서 서로 다른 입장들이 지닌 득과 실을 미리 상상해보는 과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예술인 복지기금 vs. 예술 진흥
필자가 기획한 전시《응답하라 작가들》과 연계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작가들은 예술인복지재단의 기금이 정확히 말해서 일반 복지기금이냐, 아니면 일반 복지기금과 다른 점을 갖고 있느냐에 대하여 가장 궁금해 했다. 얼핏 보기에는 멍청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리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김가진 예술인복지재단의 담당자에 따르면 복지기금을 신청하면서 자신의 전시경력에 해당하는 이력서를 내는 작가들도 있다. 예술인복지기금을 예술진흥기금과 혼동하는 작가들이 꽤 있다고 한다. 즉 예술인복지기금이 작가들의 기초생활을 위한 지원인지 작업을 구상하고 다른 작업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 지원 받는 일종의 투자비용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유사한 고민들이 유럽의 복지재단이나 작가공동체들 내부에서도 발견된다. 유럽연합 문화연구 사이트에는 아예 작가들이 모여서 구축하는 보사회적 협동조합을 장려하고 있다. 한정된 기금상황을 고려해 보았을 기본적인 생존권의 보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경제적 자립상태에 더 신경을 쓰게 되는 이러한 추이는 이미 예정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2)

물론 작가의 기본권을 신경 쓰는 경우나 작가가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창작환경을 바꾸는 경우 모두 각각의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작가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경우에 결국 어떻게 가난한 작가들을 찾아낼 수 있는가의 문제가 대두된다. 실제로 2013년 원년 해에 공개토론회에서 지나치게 서류방식에 의거해서 작가의 궁핍한 상태를 증명해야 하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들이 있었다. 왜냐면 작가의 ‘궁핍한 상황’이 전적으로 작가 본인이 제출한 서류에 의하여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질문을 던진 작가에 따르면 서류에 나타나지 않는 경제적 여건을 증명하는 다양한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배우자가 재원을 전혀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배우자가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유학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아예 서류대상에서 제외된 작가를 보았다. 문제는 더 심각한 경우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대에 따라서 이와 같은 기금 시스템을 영 낯설어 하거나 미더워 하는 작가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가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면 사업체가 힘든 경우에도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나온 바와 같이 과연 얼마나 가난해야 기금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지에 대하여 작가가 단순히 산술적인 판단을 넘어서 도의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들도 있다. 따라서 작가와의 대화에서 나온 바와 같이 과연 지원 받을 만큼 궁핍한 작가의 기준이 무엇인가의 문제는 복합적이다. 게다가 “송파 세모녀법”과 연관된 비극의 경우를 보면 궁핍한 환경에 있는 예술인들이 스스로 정보를 얻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복지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들의 등급을 정할 위험도 있다. 게다가 이러한 사실이 공공연한 법령이 된다면 불안감과 불만을 조장할 수도 있다. 물론 아직 국내에는 작가들을 미세한 등급으로 나누는데 기초가 될 만한 폭넓고 체계적인 연구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제에 나선 a-n의 대표 수잔 존스로부터 원래 받은 문건에는 인터넷에서도 열람이 가능한 영국의 작가비 정책에 관한 자세한 규정들이 포함되어 있었다.3) 흥미로운 점은 이 규정에는 연령, 교육 수준, 거주 지역에 따라 차등을 두어 작가비를 지불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어떠한 것들은 수긍이 가지만 연령의 경우 작업 활동을 한 경험이 많은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작가비가 많이 지불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사회에 공헌한 바가 커서라는 부분에서 필자는 전적으로 수긍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비를 동등한 학위를 가진 유사분야의 직장인과 비교해서 책정하는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추가학위(석사)를 지닌 작가가 더 높은 작가비를 갖게 된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그 부분에 대하여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작가들이 사회적으로 영국 미술계에 더 기여한 바가 크고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증명되기도 어렸지만 오히려 누가 더 직접적인 지원을 당장 필요로 하는가의 입장에서 보면 작가비 책정의 기분이 전혀 달라질 수 있다. 흔한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상징적 자본(symbolic capital)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고 오랜 경력을 통해서 더 많은 인맥과 교육기관에 채용될 기회를 가질법한 석사학위 출신의 작가가 객관적으로 그렇지 못한 작가에 비하여 더 많이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부당하다고도 여겨진다. 

어려운 문제
물론 예술인 복지문제에서 예술인의 경제적인 상황에 더 집중하는 입장과 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예술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개선을 위하여 한다는 입장들이 만나는 경우들도 있을 수 있다. 예술인들의 복지를 해결하려는 것은 결국 이들의 예술 활동을 장려하기 투자의 목적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사안이 상충될 때도 많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적으로 더 절실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하여 혹은 더 활발하게 활동함으로써 자국의 미술계와 사회에 공헌할 가능성이 큰 사람을 지원하기 위하여 한쪽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예술인 복지의 문제를 예술가의 생존의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한다면 전자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복지의 문제를 영국 캐머런 총리가 발표한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입장에서 접근하게 되면 후자도 충분히 지원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 

『퍼블릭아트』, 2015년 2월.

Dong-Yeon Koh, "The Task of Security Fund for Artists: Artist's Well-Beings vs. Arts Improvement Projects," Public Art, Februar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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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럽에서 예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공동문화 연구기관의 리서치 사이트에는 예술인들을 위한 사회기관이나 협동조합의 각종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다. 

    http://www.culturalpolicies.net/web/status-of-artists-tables.php?aid=34&cid=45&lid=en

2) 단순한 세금감면 혜택이나 의료보험, 산재보험이 아닌 제반비용을 지불하는 국가들은 핀란드, 스위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네델란드와 같이 기본적으로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에 영미권의 국가들은 보편

    적인 복지의 개념보다는 선택적인 복지, 그리고 예술진흥 차원의 작가비의 개정과 상용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 a-n이 제정한 작가비 산정 사이트; https://static.a-n.co.uk/wp-content/uploads/2018/01/Guidance_on_fees_and_day_rates_for_visual_artists_2018.pdf (2015년 1월 5일 접속).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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