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영의 식민지 시대의 철도여행 변증법

고동연 (미술사, 미술비평)

<과거들을 재현한다(Present Pasts)>(2003)의 저자 안드레아스 휴이센(Andreas Huyssen)에 따르면 지나간 역사적 나레티브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특징에 속한다.[i] 그리고 이러한 배경에는 일반인들도 과거의 정보나 이미지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리서치하고 심지어 자유자재로 변조할 수 있게 된 과학기술의 발달을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자본주의 시대 문화의 상업화에 따라 역사적 나레티브를 사용하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예들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인구가 문맹인 남아공에서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발전시킨 ‘남아공의 역사프로젝트(The South African History Project)’로부터 비극의 역사를 관광상품으로 변모시킨 독일의 홀로코스트 문화관광산업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기억에 대한 관심은 착한 사회참여적 프로젝트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ii]

 

현대미술에서도 역사적 서술과 연관된 아카이브이나 역사적 서술의 시점을 다루는 작가들이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김아영은 국내에서 드물게 역사적 기억, 특히 식민지나 근대화의 역사적 기억을 재구성하는 일에 매달려왔다. 유학시절 우연하게 발견하게 된 19세기 거문도 사건에 대한 영국 신문들 자료로부터 자극을 받아서 작가는 과연 우리의 근대사가 누구에 의하여 어떠한 시점에서 기술되고 보존되어 왔는지에 관심을 지니게 되었다. 이후 <돌아와요 부산항에>(2012)에서는 한국의 급속한 현대화 과정에서 부산의 역사를 기존의 영화장면들(footage), 작가가 직접 제작한 극영화, 그리고 뮤직 비디오와 같이 서로 다른 장르를 병치시킴으로써 재현하였고, 삼성 리움 미술관에서 열린 그룹전에서는 ‘거문도’라는 섬을 둘러싼 서구 열강들의 다툼을 한국인이 아닌 영국인 선장의 시점에서 바라본 영상작업 <PH 익스프레스>를 전시하였다.

 

김아영의 최근 프로젝트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또한 근대화의 주요 문물로서, 서구열강들의 야욕을 담은 열차문화를 다루고 있다. 시베리아로부터 중국의 철도, 한국의 경인선(서울과 신의주)을 통과해서 태평양 연안을 잇는 거대한 철도의 네트워크인 ‘시베리아 횡단 철도(Транссибирская магистраль'는 21세기의 인터넷 네트워크에 견줄만하다. 디지털 혁명이 정보의 혁명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꿈꾸었다면, 철도의 네트워크는 상품과 노동을 국경을 넘어서 유통시키고자 하였던 19세기식 전지구화 현상이다. 물론 전자가 후기 자본주의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면 후자는 아직도 철저하게 국가주의를 기본으로 한 식민주의 경제구조에 기반을 두었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김아영의 프로젝트를 역사적 기억의 재현(representation)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왜냐면 재현은 기본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과거 역사의 진정성이나 원형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김아영에게 역사는 그 진위가 제대로 재현되거나 전달될 수 없는 모호한 편린에 해당한다. 오히려 작가는 역사가 역사학자가 아닌 예술가에 의하여 새롭게 탄생하고, 그 새로운 존재방식이 21세기 관객들에게 소통되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전시장에 작가가 배치하게 될 19세기 영국 철도여행객에 대한 안내문은 21세기 관객들을 식민지 시대로 초대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물리적인 자료이지만 동시에 과거의 기억을 21세기 식으로 새롭게 재창조해 내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를 위하여 첫째로 작가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협업하면서 다양한 소리들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이것은 소리가 관객의 공간을 침투하는 데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여성 영화이론가 카자 실버만(Kaja Silverman)이 지적한 바와 같이 소리는 다른 영화적 구성요인들에 비하여 더 강력하고 직접적이며 미묘한 감정사태나 상황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암시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iii] 김아영의 작업에서 관객들은 일상적으로 영상작업을 바라볼 때와는 달리 관객들과 작업의 공간, 혹은 상징적인 의미에서 19세기 철도 객실 안의 공간과 21세기 관객의 공간 사이에서 자유자재로 울려 퍼지는 소리를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하여 작업과 관객의 공간 사이의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거리감이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김아영의 사운드 작업에 포함될 대화, 당시 라디오 방송, 내레이션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작가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특별한 주인공 없이 공존하는 나레티브를 구성하게 된다. 만약 전통적인 연극이 주인공이 다른 인물들과 소통하고 환경을 헤쳐가는 과정에 따라 진행된다면, 김아영이 재현하고자 하는 나레티브에서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동일한 비중을 가지고 다루어진다. 결국 관객들은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부터 유래한 대화, 내레이션, 효과음들을 단편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문화역사박물관 전시 당시 소리에 대한 관객들의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번 전시에서는 관객들 스스로를 둘러싸는 연극무대를 고안하였다. 바우하우스에서나 1952년 블랙마운틴 여름 프로그램에서 선보인 바와 같이 관객이 어느 한쪽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이벤트가 일어나는 중앙에 위치하게 된다. 그리고 소리가 어느 한쪽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들려오면서 관객들을 에워싸게 된다. 이러한 방식 또한 작업이 일어나고 있는 공간과 관객의 공간이 서로 침투하는 듯한 인상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작가는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 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소리와 빛의 효과를 결합해서 식민지 시대 철도의 경험을 관객들이 체득하는 과정을 유도하고자 한다. 바우하우스나 독일 표현주의 극단에서의 실험을 방불케하는 빛의 쇼가 관객의 공간으로 비춰진다. 폭발음, 어두운 밤에 철도가 광야를 지나갈 때 만들어지는 빛의 반짝임 효과, 터널을 지나가면서 빛이 기이하게 사라졌다 재등장하는 효과들이 재연되게 된다. 또한 부분적으로는 나레이션과 함께 19세기 철도여행객을 위한 방송도 삽입될 예정이다. 이를 통하여 관객들은 식민지 시대의 철도여행을 실제 경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지니게 된다. 작가는 이와 같이 공감각적인 설치작업 자체가 일종의 ‘가상’의 핸드북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번 김아영의 작업은 과거의 식민사를 21세기 국내의 관객들이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이해나 논쟁이 아니라 가장 공감각적인 과정을 통하여 과거의 상황을 체험하게 되는 김아영의 관객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경험을 비판적인 역사의식과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이러한 과정이 예술에서 필수적이거나 가능한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작가와 비평가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현대미술에서 역사적 재현의 문제를 다루는 많은 작가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숙제이다. 쉽지는 않지만 일차적으로 관객들이 경험하게 될 미학적 경험에 대하여 다양하게 가정해 봄으로써 질문에 접근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이번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이 과거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낭만적인 철도경험으로 환원시킨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철도만큼 자본주의 시대에 노스탤지어 관광산업에 적격인 아이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철도여행객으로 가장하고 과거의 철도여행객들의 상황을 체험해보는 일이야 말로 매우 일상적인 차원에서 식민지 역사와 현대인들이 조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관객들이 과거의 실패한 한국의 근대사를 ‘비판적’으로나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공감대를 가지고 식민지 조선의 일상사를 상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iv]

 

결론적으로 필자는 김아영의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을 이상주의적이라고 규정하고자 한다. 현재의 시점에서 실패한 과거나 기억을 되살리면서도 동시에 과거를 바라볼 수 있는 인간적이고 공감각적인 시선을 제공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레일웨이 트래블러스 핸드북>은 이상주의적이다. 즉 현실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예술이 과거사에 간여하고 과거를 통하여 현재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이상주의적이다. 그것이 다니엘 벨(Daniel Bell)이 말하는 유토피아니즘을 향한 변증법적인 과정에 관한 것이건, 미쉘 푸코(Michel Foucault)가 이야기하는 혼용된 공간(heterotopias)이건간에 김아영이 만들어내고 있는 철도여행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혹은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와 시끄러운 소음이 공존하는 혼돈되지만 역동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i] Andreas Huyssen, Present Pasts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3), p. 21.

 

[ii] ‘남아공 역사 프로젝트’는 모든 역사 서술의 과정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교육프로그램이나 전시프로그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왔다는 점에서 역사서술의 과정에서 과학기술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고무적인 예로 손꼽힌다. http://www.sahistory.org.za/timelines.

 

[iii] Kaja Silverman, The Acoustic Mirror (Indiana University Press, 1988), p. 165.

 

[iv] 물론 대륙횡단 철도는 조선인 승객들보다는 식민지 조선의 일본 승객들이나 일본 화물들을 나르는데 더 빈번하게 사용되었을 것이다.

 

 

 

Kim Ayoung’s Dialectical Railway Travel:

From Colonial Times to the Present

 

Koh Dong-yeon (Art Historian and Critic)

 

Andreas Huyssen, author of Present Pasts (2003), claims that our nostalgia for historical narrative has become a defining characteristic of our time, thanks to the development of science and technology that has enabled anyone to browse and research past information.[1] Now, everyone can access and modify images and information from past historical events on the internet. With the development of technology and the commercialization of culture under capitalism, we can witness a range of the positive and negative cases of using historical narratives in our times--from the South African History Project that has been developed by using digital technologies in a country where most of the public are illiterate in the country to the tragic historical memories of the Holocaust, which have recently become an invaluable source of tourist income in Germany. These examples have shown that how prevalent our interest in historical memories has become in more socially positive participatory projects as well as in popular culture at large.[2]

 

There has been increasing number of artists dealing with archives and perspectives on historic narrative during the past decade. Kim Ayoung is an artist uniquely dedicating her artistic career to reconstructing the past memoirs, particularly those found in the history of the colonial and modern periods in Korea. It all began when she found some old newspaper articles about the nineteenth century Geomundo Island Incident during her period of study in the United Kingdom. This sparked her interest in Korea’s modern history – from who’s perspective was it written and how has it been preserved? Kim released Please Return to Busan Port (2012), a sort of a three-channel music video consisting of found footage retrieved from news archive for Busan’s rapid industrialization, footage shots on locations in Busan and finally studio shots in Seoul, written and produced by Kim. In her group show held at the Leeum, Samsung Museum of Art, Kim showcased PH Express, tracking the conflict between the superpowers over the small Korean island of Geomundo—as if it is taken from a British captain’s point of view.

 

Kim’s recent project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deals with the subject of locomotive, one of the most important inventions in modern history; it symbolizes no less than the full extent of the ambition of the Western Powers. The Trans-Siberian Railway (Транссибирская магистраль) - an enormous railway network encompassing Siberia, China and the Korea Peninsuala – is comparable to the twentieth century Internet network in its scale. If the digital revolution dreamed of a global network, the railway network was the preceding example of nineteenth century globalization, a world where laborors and products were carried across borders. Of course, the former is rooted in the political and economic systems of late capitalism whereas the latter was still based on nationalism and the colonial economy.

 

Considering Kim’s project as a “representation” of historic memories would be inappropriate, however, as the term “representation,” by its definition, is predicated upon the truthful and original states of past events. To Kim, history is no other than obscured fragments of past memories, of which authenticity cannot be properly represented and therefore communicated with the contemporary. Artist’s primary interest rests upon her interactions with contemporary audiences by revealing history from an artist’s perspective--not from a historian’s. “The handbook” for the nineteenth century British travelers installed at the exhibition hall is a tangible and physical means of inviting the contemporary audience to the colonial times; but it also becomes a device through which one can reconstruct past memories from the twentieth century point of view.

 

In order to achieve such aesthetic outcome, Kim collaborated with a sound artist to create a mix of various sounds. Ambient sound effect is the best way to penetrate into the audiences’ sphere. As pointed out by the American film theorist Kaja Silverman, sound is the most prominent element in films for its powerful, direct impact on audiences in suggesting the minutest change of mood. Kim’s audience may immediately feel as if they are literally taking a nineteenth century railway carriage once they enter the exhibition hall. The sound will be carefully put together to make the entire experience more intimate and personal as the artist tries to remove any physical and mental distance the audience may have experienced in traditional galleries and museums.

 

Random conversations, radio broadcasts, and narrations flow from the six speakers. Kim conjures up the narrative that does not exclusively evolves on a protagonist. Conventional theatre focuses on one protagonist and follows his or her triumphs over tasks and obstacle. Kim on the other hand intends to give weight to every details of her narrative. As a result, the audience experience fragmented conversations, narrations, and sound effects drawn from different times and places.

 

Reflecting on her experience at the Culture Station Seoul 284, where the artist felt that the audience could not fully engage themselves with sound effects, Kim is currently planning to design an experimental theatre that is intended to surround the audience from all different directions. Reminiscent of the 1930’s Bauhaus or the Black Mountain College summer program in 1952, the audience is placed at the center of the theater; and the sound system is developed to envelop the audiences. This was done to enhance the illusion that the artist’s space was overlapping with that of the audience’s space.

 

As the title Railway Traveler’s Guidebook implies, the artist’s intention was to lure the audience to experience railway travel in colonial times by solely using light and sound effects. The light show as the reminiscent of those in the Bauhaus and German expressionist theatres looms over the audience. The sounds of combustion from the locomotive, the flickering lights when a train is running across the prairie in the distance, and the sudden blackout when the train is going into a tunnel will be reenacted. Excerpts of footage from a narration and actual public announcements retrieved from historical sound archives will be added as well. The audience will feel as if they have traveled back in times on an old-fashioned train. Kim says the installation will become a virtual guidebook in itself.

 

What meaning, then, does Kim’s reintroduction of Korea’s colonial past have for the contemporary audience? How can the audience associate their physical experience inside the train with their historical consciousness? Will this experience be different from acquiring historical knowledge from books or debates? Does art have the capacity to arouse historically critical consciousness within the audience?

 

Such questions are left for future critics and artists, especially for the artists who are concerned with reconstructing historical memories in contemporary art. One can get closer to the possible answers  by proposing hypothesis with various imaginary aesthetic experiences that the audiences may undergo. For instance,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may certainly encounter suspicion that the work may “distort colonial history by romanticizing railway travel.” Besides, railway travel is the common tourist product for perfect nostalgia intensified in our highly capitalized world. But, at the same time, an imaginary railway trip could be the ideal channel for connecting the contemporary audience with the daily life in the colony. It urges the audience to experience life in Korea under Japanese occupation, instead of making the audience become critical and cynical about a historic era that is often described as the biggest embarrassment in Korea’s modern history.[3]

 

In conclusion, Kim’s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is an idealistic piece – it is idealistic as it takes the audience back to the most traumatic times in history, but generates a synaesthetic experience combined with human warmth. In other words, The Railway Traveler’s Handbook presents a unique perspective of the past and presents with new, contemporary interpretations. Whether it is Daniel Bell’s dialectic of utopianism, or Michel Foucault’s heterotopias, Kim’s railway travel will certainly create a (dialectically) dynamic space in which past and present, or calm nostalgia and cacophony co-exist.

 

 

 


 

[1] Andreas Huyssen, Present Pasts (Stanford University Press, 2003), p. 21.

 

[2] The South African History Project is considered a model example of the assertive use of scientific and technologic media. The program was designed to educate the general public on history by offering programs and exhibitions.

http://www.sahistory.org.za/timelines.

 

[3] The Trans-Siberian railway was more often used to transport Japanese passengers and cargoes.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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