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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 아이디어와 형식적인 당위성 사이에서
Sculptural Ideas vs. Formal Rationale:
Moonhe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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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연

서론: 박문희의 고민
재료들을 비교적 영구적으로 접합해서 만드는 고전적인 조각 작업들을 좀처럼 보기 힘든 한국 현대미술에서 박문희는 흥미로운 화두를 던진다. 물론 여기서 오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에서 전통적인 조각 기법을 구사하는 작가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개념적인 예술적 성향을 더 중시하는 작가들 사이에서 완결된 형상이나 사실주의적인 테크닉을 사용하는 일이 흔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형태의 완결성을 주장하는 것이 설치나 영상과 같은 용어들로 지칭되는 개념적인 3차원 작업들과는 쉽게 양립할 수 없는 미학적 특징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좀 단순화해서 조각 vs. 설치, 개념성 vs. 형태주의, 양태주의, 완결성 vs. 가변성의 두 축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해서 그 줄다리기를 중요한 예술적 고민이자 과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박문희의 최근 작업은 어떠한 방향을 택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박문희는 고전적인 조각이 일개 재료를 변형시켜서 독립적인 개체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하여 예술적 의도를 관객에게 전달하여온 메커니즘(mechanism)에 집중하고 있다. 1960년대 예술가 개인의 표현이 어떻게 사회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언어 철학에 따라 이론화 하고자 하였던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와 마찬가지로 박문희 또한 일반 재료들이 어떻게 예술적인 의의를 획득하게 되느냐를 다음의 수식으로 정리하였다. <무엇을 위한 가설(Hypothesis for something)>(2012)에서 상징+ 의미+ 정의와 같은 개념적인 부분은 타당성이나 연관성과 같은 비교적 물리적인 기반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 미가 덧붙여지면서 가치 있는 ‘무엇(something)’에 해당하는 예술이 생산되게 된다. 

과연 수식으로 예술적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을 도식화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이 수식은 예술적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물리적 타당성, 그리고 미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여실히 반영한다. 달리 설명하자면 박문희는 아이디어를 전달하면서도 고전적인 조각에서 강조하여 온 재료의 변형과 미적인 타당성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작가가 누차 재료의 자율적인 변형에 관심을 두는 것도 예술작업의 재료가 지닌 독립적인 가치, 나아가서 예술 작업의 가치를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예술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반 물건과는 분리되는 '무엇'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박문희 작업에 등장하는 앤티크 오브제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문희의 오브제들은 한편으로는 고전적인 조각의 완결된 형태나 유기적인 구조를 해치는 요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그 자체가 예술과 같이 가치 있는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중략 (excerpt)

Dong-Yeon Koh, "Sculptural Ideas vs. Formal Rationale: Munhee Park," Summer Love (July 10-Aug. 8, 2015), SongEun Art Space, South Korea.​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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