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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이야기를 구현하기: 박성연
Representing Stories for and by Women: Sungyeo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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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연 (미술사가)

서론: 대화를 나눈 후
2011년 박성연 작가는 극작가인 고든 달퀴스트(Gordon Dahlquist)와의 대화내용을 8분 30초로 편집하고 작곡가의 도움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음표를 분석한 드로잉 작업을 제작하였다. 여기서 음표로 만들어진 드로잉이 실제 내용, 즉 사운드의 높낮이가 아니라 작가와 달퀴스트씨가 나눈 대화의 소재를 제대로 전환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대화의 소리만을 음표로 전환한 악보 드로잉이 대화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대화를 사운드의 측면으로 축약해 놓고 있는가?

악보 드로잉은 시에서 내용을 배제하기 위하여 등장한 음향시를 연상시킨다. 20세기 초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를 비롯하여 주요 모더니스트 시인들은 시의 순수한 형식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내용이 아닌 글자의 시각적인 외형과 배치에 중점을 두고 글자나 단어들을 나열하였다. 박성연의 작업에서도 대화 내용은 음표로 전환되어져서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배열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은 작가가 의도하였든 아니든 간에 새로운 상징적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음표로 전환된 대화 내용이 소리로만 인지되고 소리가 악보로 변화되면서 작가와 참여자의 대화는 변형, 축약, 삭제의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꾸준히 외국 레지던시나 체류기간들 중에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하여 영감을 얻어온 박성연 작가에게 누군가의 대화를 기록하는 방법은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하다. 대화 내용들은 영상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 재생되기도 하지만 위의 예에서와 같이 특정한 변형의 과정 이후에 전혀 다른 예술적 형태로 귀결을 맺기도 한다. <리사 첸과의 대화에서(In Conversation with Lisa Chen)>(2012)에서와 같이 작가와 대만의 한 도서관 사서와의 대화는 상당한 시간과 정성을 요하는 뜨개질로 나타난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는 어떠한 기준들을 가지고 기록의 방식을 정할 것인가? 그리고 이야기를 기록하고 변형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취사선택하게 되는가? 즉 이야기의 주체는 작가인가 참여자인가?

...중략 (excerpt)

 

Dong-Yeon Koh, "Representing Stories for and by Women: Sungyeon Park," Meeting at the Clayarch Gimhae Museum.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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