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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지 못한다”의 계보에서: 그때와 지금
In the Tradition of "je ne sais quoi": Then and Now 

고동연(미술사가)

“무엇이 그렇게 좋게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that je ne sais quoi that makes a professional)!”

박수근의 “나는 알지 못한다”
서구 회화의 역사에서 “나는 알지 못한다(je ne sais quoi)”는 천재적인 화가들에게 부여되는 최고의 찬사이다. 르네상스의 황금기에 위치한 라파엘(Raphael)을 표현할 때 곧잘 사용되는 이 표현은 고도의 기술적인 성과가 작가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와 애써 무엇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배제된 상태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어져 왔다. 그렇다면 박수근의 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화단에서 굵직한 존재감을 지닌 40-50대 작가들의 그룹전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왜 “나는 알지 못한다”라는 르네상스 작가들에 관한 문구를 언급하고 있는가? 그것은 한물간 비평적 잣대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나는 알지 못한다”라는 문구를 통하여 박수근의 신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도 어떻게 계속되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던지는 도전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물론 “나는 알지 못한다”라는 표현을 박수근과 연결시키는 것이 적절치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박수근은 자연스러운 기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서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기교의 부재라기보다는 기교와 작가적인 의도 사이의 미묘한 관계이다. 즉 표면적인 비례관계 너머에 그들 간의 복합적인 반전의 관계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나는 알지 못한다”는 암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박수근의 작업에 등장한 의도적인 기술적 잔재주의 부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계산되고 반복되어져서 체화된 구도의 간결성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게다가 여러 차례 칠해진 불규칙한 표면 안쪽에 위치한 이미지들은 오히려 관람객의 더 많은 노력과 집중력을 요한다. 따라서 “나는 알지 못한다”는 대가에 대한 칭송이자 동시에 밀당의 고수인 거장에 대한 애증어린 표현이기도 하다. 

 

...중략 (excerpt)

Dong-Yeon Koh, "In the Tradition of "je ne sais quoi": Then and Now," Seven Signs, Yang-gu: Park Sukeun Art Museu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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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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