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혜림의 인터페이스와 21세기의 시각문화
Hyerim Cha's Interface and Visual Culture in the 21st Century

고동연 (미술사) 

차혜림의 행보는 특이하기도 하지만 특징적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평가는 작가가 미술계에 비교적 뒤늦게 입문했다든지 설치와 회화를 병행한다든지 미디어 아트를 전공자로서 현재에도 끊임없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듯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차혜림의 회화가 이야기들과의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발전되어 왔다는 사실은 그를 최근 현대미술의 주요한 흐름 속으로 귀속시킨다. 1990년대 회화로의 회귀를 논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대두되었던 쟁점은 회화에서 이야기가 재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적인 요소들은 대부분 기승전결이나 시간의 선형적 구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진, 인터넷이나 설화 등으로부터 파생된 것들이다. 

따라서 21세기의 회화는 전통적인 매체가 지녀온 역할과 미학적인 특징들을 더 이상 지니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동시대의 회화들은 이야기를 회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더니즘 회화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하지만 단편적인 상징들로 구성되어 있는 회화는 전체적으로 거대 내러티브를 형성하지 못한다. 불연속적이거나 비선형적인 구도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이들 회화 작업에 도입된 이미지들도 명확한 상징성을 잃게 되었다. 나아가서 서구 회화사의 예를 들어보자면 21세기 이전까지 전통적으로 회화가 수행하여온 특정한 도덕적, 역사적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도 상실하게 되었다. 

차혜림의 최근 회화 작업들도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그러나 회화 속 장면들과 상징들은 제각각이다. 작가가 고안한 용어를 활용하자면 실제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제 3의 ‘행위자’는 주로 작거나 의외의 장소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회화 속 서로 다른 리얼리티들 간의 부조리한 관계는 모호한 원근법이나 다양한 크기의 인물들을 통하여 더욱 강조된다. 관객의 눈을 끄는 확대된 사물이나 인물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화면 속 여러 요소들과 전혀 섞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이야기를 배제시키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완결된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하는 회화의 무능상태는 우리로 하여금 회화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다시금 고민하게 만든다. 과연 회화란 무엇인가? 또한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차혜림의 회화는 우리 시대 순수예술뿐 아니라 시각문화의 어떠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가? 
 

...중략 (excerpt)

 

Dong-Yeon Koh, "Hyerim Cha's Interface and Visual Culture in the 21st Century," One-Person Show, Gallery Mark, 2015.

© 2018. Koh, Dong-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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